1. 서론
심해 채광(Deep-Sea Mining, DSM)은 해저의 망간단괴(manganese nodule), 황화광물(sulfide deposit), 코발트 풍화각 등 고부가 금속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채광 장비의 작동, 펌프 시스템, 해저 슬러리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수중 소음(underwater noise) 은
심해 생물의 행동·생리·군집 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심해(수심 1000~6000 m)는 빛이 닿지 않는 “청각 중심 생태계(acoustic-based ecosystem)”로,
소리만이 생물 간 상호작용의 주요 감각 수단이다.
따라서 심해 채광의 음향 영향은 단순한 물리적 부산물이 아니라 생태계 기능을 직접 교란하는 요인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2. 심해 채광의 개요
2.1 채광 대상과 방식
주요 대상은 다음 세 가지이다:
- 망간단괴 (Manganese Nodules) –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톤 구역(CCZ) 중심에 분포
- 다금속 황화물 (Polymetallic Sulfides) – 중앙 해령(Mid-Ocean Ridge) 주변
- 코발트 풍화각 (Cobalt-Rich Crusts) – 해저산 주변
채광 방식은 로봇형 채집기가 해저면을 긁어 채취한 후,
슬러리 형태로 파이프를 통해 해수면 선박으로 이송하는 구조다.
2.2 소음 발생 지점
- 해저 채집기(crawler): 기계 작동음, 트랙 마찰음
- 펌프 시스템: 유체 이동에 따른 저주파 진동음 (100–800 Hz)
- 해수면 선박: 엔진·프로펠러 공동현상 (50–500 Hz)
→ 전체적으로 저주파 중심의 지속적 소음원(low-frequency continuous source) 을 형성한다.
3. 주요 음향 발생 메커니즘
3.1 해저 채집 장비 소음
해저 채집기의 구동 모터, 진공 흡입, 트랙 회전 등에서
120–190 dB re 1 μPa @ 1m 수준의 강한 저주파 소음이 발생한다.
이 음은 해저면 퇴적층을 따라 수십 km까지 전달되며,
퇴적 입자 재부유와 더불어 음향 혼탁(acoustic turbidity) 을 유발한다.
3.2 슬러리 펌핑 및 파이프라인 진동
해수와 광물 혼합물이 고압으로 이송될 때 관벽 마찰에 따른 주기적 진동이 발생한다.
이때 파이프라인은 수중에서 일종의 “공진기(acoustic resonator)”로 작용하여
50–400 Hz 범위의 공명음을 장시간 지속시킨다.
3.3 선박 소음
채광 지원선의 프로펠러 공동현상은
음향 전파 거리 수 km, 심해층까지 도달 가능한 저주파대역(63 Hz, 125 Hz) 에너지 피크를 생성한다.
이것이 채광 해역 주변의 배경소음(Baseline noise) 을 수십 dB 상승시킨다.
4. 수중 소음의 생태학적 영향
4.1 생물학적 교란
- 심해어 및 갑각류:
감각수용기관(statocyst) 손상, 산란지 회피, 먹이탐색 효율 저하 - 심해성 해면류·산호류:
장기적 진동 노출 시 미세세포 구조 파괴 및 생장률 저하 - 세균·미세생물 군집:
지속적 음압 변화가 생화학적 대사율과 군집 구성을 변화시켜
유기물 분해율 및 영양염 순환을 교란
4.2 행동 및 공간 이동 변화
실험적으로, 음압 150 dB 이상의 소음 노출 시
심해 갑각류는 활동 반경을 평균 40% 이상 줄였으며,
먹이 탐색 반응 시간이 2배 이상 지연되었다.
이로 인해 에너지 순환의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먹이사슬 상위단계(어류, 해양 포유류)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4.3 군집 구조의 장기 붕괴
심해 생물의 번식 주기가 길고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채광 종료 후에도 음향적·퇴적학적 복원이 수십 년 이상 소요된다.
특히 음향이 산란(scatters)되는 환경에서는
포식자–피식자 신호 체계가 왜곡되어 생태적 침묵(zoological silence) 이 지속될 수 있다.
5. 국제 규제 및 관리 동향
5.1 ISA (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 2023년 기준, 심해 채광을 위한 환경관리규정(Environmental Management Regulations) 초안에
“Underwater Noise and Vibration Monitoring” 조항이 새롭게 포함됨. - 채광 허가자는 해역별 Baseline Noise Map 제출 및
AI 기반 장기 음향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할 예정.
5.2 IMO 및 EU 동향
- IMO는 “해양소음 저감 가이드라인(2014, 2023)”을 DSM 분야까지 확장 논의 중.
- 유럽연합(EU)은 해양전략지침(MSFD) 내에 “Anthropogenic Energy Including Noise”를 핵심 지표로 명시하고,
채광 해역의 사운드스케이프 분석을 필수화했다.
5.3 기업 및 기술 대응
- 일본, 노르웨이, 한국 등에서는 저진동 펌프·방진형 채집기·음향 차폐 코팅 개발이 진행 중.
- 일부 기업은 소음 수준을 10 dB 이상 줄이는 버블커튼(Bubble Curtain) 기술을 실험 단계에서 적용.
6. 결론
심해 채광은 인류에게 새로운 자원 공급원을 제공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중 소음은 심해 생태계의 청각적 기반을 붕괴시키는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이 소음은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물 간 신호, 포식자 탐지, 번식 활동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DSM 산업을 위해서는
- 채광 전·중·후 단계별 음향 영향평가(Acoustic Impact Assessment, AIA) 도입,
- 실시간 사운드스케이프 모니터링 체계 구축,
- 국제 표준화된 소음 기준(Noise Threshold) 설정이 필수적이다.
“심해의 자원을 얻기 전에, 그곳의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음향적 환경 관리는 곧 심해 생태계와 공존하기 위한 윤리적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