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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해양 정책을 위한 음향 생태학의 기여 가능성

formsea 2025. 11. 7. 01:52

사운드스케이프가 해양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가 되는 시대

1. 서론

해양은 전통적으로 수질·생물다양성·어획량 등 시각적·화학적 지표에 의해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해양의 청각적 환경, 즉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가 생태계 건강성, 생물다양성, 행동생태학적 기능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해양 정책(sustainable ocean policy)에 있어 음향 생태학(acoustic ecology) 은 새로운 필수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책-결정자들이 직면한 과제는 기존의 물리-화학적 환경관리 틀을 넘어,
“조용한 바다”가 아니라 “건강한 소리의 바다” 를 구현하는 것이다.
본 글은 음향 생태학이 해양 정책 설계 및 실행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또한 그 적용을 위한 주요 원칙과 과제를 살펴본다.


2. 정책 배경 및 필요성

2.1 해양 소음의 증가와 생태리스크

산업적 수송활동, 해저 구조물 설치, 군사훈련 등으로 인해 해양 내 인공소음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많은 해양생물에게 행동교란, 청각손상, 이동경로 재편 등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해양 정책은 단지 오염물질 배출을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청각환경(underwater acoustic environment) 을 보호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2 음향 생태학이 주는 정책적 시사점

음향 생태학은 다음과 같은 정책적 가치가 있다:

  • 정량적 생태지표 제공: 사운드스케이프의 특성(주파수 다양도, 생물음 밀도 등)은 생물군집의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 모니터링 및 평가 효율화: 수중 마이크로폰(하이드로폰)을 이용한 장기 음향 모니터링은 비교적 비용 효율적이고 비침습적이다.
  • 관리ㆍ감시 시스템 구축 가능성: 실시간 음향 데이터와 AI 분석을 통해 해양교란 상황을 조기에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
  • 규제 및 설계 방향 제시: 선박 소음 저감, 통항 속도 규제, 해양보호구역 음향기준 등 새로운 정책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음향 생태학은 기존 정책틀을 ‘소리의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열쇠이다.


3. 음향 생태학의 개념과 적용 가능성

3.1 주요 개념

  • 사운드스케이프: 생물음(biophony), 자연음(geophony), 인공음(anthrophony)이 결합된 해양의 청각 환경.
  • 음향 생태지표(acoustic ecological metrics): 음압 레벨(SPL), 주파수 다양도(FDI), 생물음-인공음 비율(Bio/Anthrophony Ratio) 등이 있다.
  • 음향 기반 복원(acoustic restoration): 인위적 소리 재생이나 소음 저감을 통해 생물 서식지를 유도하거나 보호하는 기술.

3.2 적용 가능성

음향 생태학은 다음과 같은 정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1. 해양 보호구역(MPA) 관리
    • 보호구역 내 음향환경 모니터링을 통해 보호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 통항제한, 저소음 선박 운항과 같은 조치를 음향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할 수 있다.
  2. 해양 개발 산업 규제
    • 해상풍력, 해저터널, 선박운항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허용기준 아래로 규제하고, 설계 기준에 음향 요구사항을 추가할 수 있다.
    • 인공소음이 생물군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평가(EIA)에 포함해야 한다.
  3. 지속가능한 해상운송 체계 구축
    • 선박 설계 단계에서 저소음 추진기술을 요구하고, 운항속도 저감으로 음향배출을 제한할 수 있다.
    • 운항누적소음(exposure) 데이터를 수집해 ‘소음 배출 인증’을 도입할 수 있다.
  4. 시공 및 운영 모니터링 시스템
    • 음향 관측 네트워크 구축 및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상소음·생물반응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
    • 정책 집행 시 효과검증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4. 정책 설계 방안 및 도전 과제

4.1 설계 방안

  • 주파수·생물군별 기준 설정: 인공소음이 어느 수준에서 행동교란 또는 청각손상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준치를 설정해야 한다.
  • 통합관리 프레임워크: 음향관리도 기존 물리·화학적 해양관리에 통합되어야 한다. 예컨대, 지구적으로는 Marine Strategy Framework Directive에서 “에너지 (+ 소음)”를 핵심 지표로 포함하고 있다. 
  • 산업 인센티브 제도: 저소음 설계를 적용한 선박이나 해양산업에 세제혜택, 통항우대 등을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할 수 있다.
  • 교육·역량 강화: 정책 담당자, 규제기관, 연구자들이 해양음향과 생태학적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4.2 도전 과제

  • 데이터·지식 격차: 다양한 해양 생물종과 환경에서의 소음 영향에 관한 데이터가 아직 제한적이다.
  • 기술·측정 표준화 부족: 음향 측정 및 해석에 관한 국제적인 표준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았다.
  • 규제 집행의 어려움: 수중소음 규제는 시각적 오염과 달리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규제 대상·기준 설정이 복잡하다.
  • 산업·경제적 저항: 해상운송·해양개발 산업에서는 소음 저감 설계나 운항제한이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5. 결론 및 제언

음향 생태학은 지속 가능한 해양 정책을 위한 새로운 과학적 기반(scientific foundation) 이다.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매개체가 해양 생태계의 건강과 기능을 결정짓고 있다는 인식은,
정책 설계와 실행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다음과 같은 제언을 제시한다:

  • 정책 입안자는 “소음 저감 = 생태 보호”라는 명제를 적극 채택해야 한다.
  • 해양관리 체계 내에 음향지표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및 보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산업계와 협력하여 저소음 기술 도입, 운항속도 조절, 인증제도 마련을 통해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 연구와 규제기관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음향생태학 전문가 양성 및 표준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바다가 조용해지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생명들이 음을 통해 소통하고 살아가는 환경을 회복해야 한다.
“소리가 들리는 바다”가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해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