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스케이프 분석을 통한 생태계 건강성 평가
1. 서론
해양 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은 해양 생물 다양성 보전과 자원 관리의 핵심 도구로,
인간 활동이 제한된 구역에서 생태계의 복원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생물 개체수, 산호 면적, 어획량뿐 아니라 음향환경(acoustic environment) 이
해양 생태계 건강성의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소리는 생태계의 ‘청각적 지문(acoustic fingerprint)’으로,
생물 활동, 계절적 변화, 외부 교란의 정도를 통합적으로 반영한다.
따라서 MPA 내 음향환경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보호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생물 다양성 회복 과정을 추적하는
비침습적·정량적 방법으로서 가치가 높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 MPA 내 장기 음향데이터를 수집하여 자연적·인공적 소리의 변화 추세를 분석한다.
- 사운드스케이프의 복잡도와 생물 다양성 지표(종수, 개체수 등)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한다.
- 이를 통해 MPA의 관리·복원 효과를 청각적 관점에서 평가한다.
3. 연구 설계 및 방법
3.1 연구 지역
연구는 필리핀 아포(Apo) 해양보호구역과 인근 비보호 해역을 비교 대상으로 하였다.
아포 MPA는 1982년 설립되어 어획 금지 및 관광 통제 정책이 시행 중이며,
산호초 복원률과 어류 다양성이 높게 유지되는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3.2 데이터 수집 및 분석
- 관측 기간: 2015년–2023년 (8년간 연속 관측)
- 장비: 수중 하이드로폰(Hydrophone, 48 kHz 샘플링), 매일 10분 간격 자동 녹음
- 분석 항목:
- 음압 수준(Sound Pressure Level, SPL)
- 주파수 다양도(Frequency Diversity Index, FDI)
- 생물음과 인공소음 비율(Bio/Anthrophony Ratio)
- 분석 방법:
딥러닝 기반 음향 분류 모델(CNN-RNN Hybrid)을 활용하여 생물음(어류, 새우, 고래 등)과 인공소음을 분리하고,
연도별 추세 및 계절적 변동성을 평가하였다.
4. 주요 결과
4.1 음향환경의 장기적 변화
- MPA 내부의 평균 SPL은 8년간 3.2 dB 감소,
반면 비보호 해역은 5.8 dB 증가하였다. - 인공소음 비율은 비보호 구역에서 약 40% 증가한 반면,
MPA 내부에서는 유지되거나 일부 해역에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4.2 생물음 다양성의 회복
- 산호초 복원 구간에서는 400–800 Hz 대역의 어류 산란음과
1–2 kHz 대역의 새우 클릭음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 주파수 다양도(FDI)는 2015년 대비 약 35% 상승하였으며,
이는 어류 종 다양성(현장 조사 기반) 증가율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r = 0.81)를 보였다.
4.3 계절적 패턴
- 6–9월(우기, 산란기)에 생물음의 총 강도가 가장 높았으며,
인공소음이 적은 시기에는 생물음 대역이 확장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5. 해석 및 생태학적 함의
5.1 사운드스케이프와 생물 다양성의 정량적 연계
MPA 내에서 관찰된 사운드스케이프의 다양성 증가는
단순히 “조용한 환경” 때문이 아니라,
생물 군집이 복원됨에 따라 자연적 소리가 풍부해졌음을 시사한다.
즉, 사운드스케이프는 생물 다양성과 군집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정량적 복원 지표(quantitative restoration indicator) 로 기능할 수 있다.
5.2 관리 및 정책적 의미
- 음향 모니터링은 다이버 조사나 어획 통계보다 비침습적이며 지속가능한 평가도구이다.
- MPA 관리기관은 장기 음향데이터를 활용하여
불법 어업, 관광소음, 선박 통행 등을 조기 탐지할 수 있다. - 또한, 음향데이터 기반의 ‘해양 생태계 조기경보 시스템(Eco-acoustic Early Warning)’ 구축이 가능하다.
6. 결론
MPA 내 장기 음향 모니터링은 해양 생태계의 회복과 안정성을 진단하는 핵심 도구다.
소리의 복잡도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반영하며,
시간에 따른 사운드스케이프 변화는 관리정책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해양 보호의 미래는 눈으로 보는 데이터뿐 아니라 귀로 듣는 데이터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
청각을 통해 생태계를 이해하는 접근은,
해양 보전의 정량화와 자동화 시대를 여는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