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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소음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간의 상관관계 파악

formsea 2025. 11. 7. 01:49

해양 생물의 생리학적 반응과 생태적 영향

1. 서론

해양 환경은 시각보다 청각 의존성이 높은 생태계다.
고래, 돌고래, 어류, 갑각류 등은 소리를 통해 서식지를 탐색하고, 짝을 찾고, 포식자를 회피하며, 사회적 유대를 유지한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선박 교통, 해양개발, 군사 활동 등으로 인한 인공소음(anthropogenic noise)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해양 생물들은 지속적인 청각적 스트레스(auditory stress) 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이거나 강도 높은 소음은 단순한 행동 교란을 넘어,
호르몬 분비, 신경계 반응, 면역 기능 등 생리적 수준에서 심각한 변화를 초래한다.
이 글은 수중 소음이 해양 생물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그 기전과 생태학적 함의를 고찰한다.


2. 청각 자극과 스트레스 생리학

2.1 해양 생물의 청각 감수성

해양 생물은 청각 기관의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에 반응한다.

  • 고래류: 10–2000 Hz
  • 돌고래류: 1–150 kHz
  • 어류: 100–1000 Hz
  • 갑각류: 200–800 Hz
    이들은 주로 저주파 대역의 진동을 감지하며, 이는 선박 엔진, 해저 굴착음 등 인공소음과 중첩된다.
    따라서 청각 자극은 감각기관의 과흥분뿐 아니라 신경-내분비계 반응을 유발한다.

2.2 스트레스 호르몬의 생리학적 역할

스트레스가 유발되면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 HPA 축(Hypothalamus–Pituitary–Adrenal axis) 또는
어류의 경우 HPI 축(Hypothalamus–Pituitary–Interrenal axis) 이 활성화된다.
이 축의 활성화는 코르티코트로핀 방출호르몬(CRH) →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 → 코르티솔(cortisol) 분비로 이어진다.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는 생존 반응을 돕지만,
장기적 과분비는 성장 저하, 면역 억제, 번식 실패를 초래한다.


3. 실험 및 관찰 연구 사례

3.1 돌고래의 소음 노출 실험

미국 NOAA 연구진은 병코돌고래(Tursiops truncatus)를 대상으로 160 dB SPL의 인공소음에 30분 노출시킨 결과,
혈중 코르티솔 농도가 평시의 약 2.8배 상승했다.
이 반응은 노출 6시간 후까지 지속되었으며, 먹이 섭취 빈도와 사회적 발성 빈도는 각각 40% 감소했다.

3.2 어류의 코르티솔 반응

대서양 청어(Clupea harengus)는 140 dB 수준의 선박 소음에 노출된 뒤
혈장 코르티솔 농도가 평균 180 ng/mL → 390 ng/mL 로 증가했다.
또한 소음 노출 직후 24시간 동안 산란 행동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생리적 스트레스가 생식 억제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3.3 바다거북과 갑각류의 스트레스 지표

해저 공사 소음(120–160 Hz 범위)에 노출된 바다거북의 혈액 내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치가 유의하게 상승했고,
새우류는 산소 소비량과 젖산 농도가 증가하며 대사적 스트레스 반응(metabolic stress) 을 보였다.


4. 생리적 메커니즘 분석

4.1 신경 내분비 반응

소음 자극은 시상하부의 CRH 신경계를 활성화하고,
HPI/HPA 축을 통해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한다.
이 과정에서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포도당 농도 증가 등의 반응이 동반된다.

4.2 산화 스트레스 및 세포 손상

지속적 소음 노출은 청각세포 내 활성산소종(ROS) 생성을 증가시켜
청각 피질과 내이 조직에 산화 손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세포 손상은 다시 스트레스 경로를 활성화하여 악순환을 형성한다.

4.3 내분비계 교란과 번식 억제

높은 코르티솔 수치는 생식 호르몬(GnRH, LH, FSH) 분비를 억제하며,
난소·정소의 발달을 지연시킨다.
결과적으로 산란 주기 지연, 수정률 감소, 개체군 성장 저하가 나타난다.


5. 생태학적 함의

수중 소음이 유발하는 생리적 스트레스는 개체 수준을 넘어
군집과 생태계 수준의 변화를 초래한다.

  • 개체군 수준: 번식률 감소 → 개체수 감소
  • 군집 수준: 종 간 음향 경쟁(acoustic competition)으로 인한 종 다양성 저하
  • 생태계 수준: 청각 중심의 생태계 기능 붕괴 — 예를 들어, 돌고래의 사냥 신호 감소는 어류 개체수 조절 기능의 상실로 이어진다.

또한 스트레스 반응이 장기화되면 개체의 면역체계가 약화되어
질병 감수성이 높아지고, 이는 생태계 건강도(ecosystem health) 전반을 약화시킨다.


6. 결론

수중 소음은 해양 생물에게 단순한 환경 요인이 아니라,
내분비계와 신경계를 교란하는 생리적 스트레스 요인이다.
코르티솔의 과분비, 대사 이상, 면역 억제는 개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협하며,
결국 해양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복원력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해양 보전의 핵심은
소음을 “물리적 오염”이 아닌 “생리적 독성 요인(physiological pollutant)” 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선박·공사·군사 활동의 소음 관리 기준에 생리학적 임계값(physiological thresholds) 을 도입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조용한 바다”가 아닌
건강한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