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소음이 번식 행동을 교란하는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
1. 서론
해양 생태계에서 어류의 산란(spawning)은 개체군 유지와 생태적 균형을 결정하는 핵심 과정이다.
이 과정은 수온, 광주기, 화학 신호뿐 아니라 음향 환경(acoustic environment) 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어류는 종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내며, 이를 통해 짝짓기 유도, 산란 장소 선택, 사회적 군집 형성을 수행한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선박, 해저 건설, 해상 풍력, 소나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소음(anthropogenic noise) 이 급증하면서,
이러한 청각적 신호 체계가 교란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어류 종에서 산란 시기의 지연, 산란지 회피, 알 보호 행동 감소 등의 변화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해양 생물다양성과 어업 자원의 지속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2. 어류의 음향 기반 산란 행동
2.1 산란기의 음향적 의사소통
많은 어류 종은 산란기에 특정 주파수 대역(100–1000 Hz)에서 소리를 내어 이성에게 신호를 보낸다.
대표적으로 그루퍼(Grouper) 와 드럼피시(Drumfish) 는
복근 근육(sonic muscle)을 진동시켜 드럼음(drum sound) 을 발생시키며,
이는 짝짓기 신호이자 무리 내 동시 산란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2.2 소리와 서식지 선택
산란을 위해 어류는 자신이 태어났던 음향적 특성을 인지하고,
유사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지닌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소리는 세대 간 서식지 인식 신호(acoustic imprinting cue) 로 작용하며,
이는 개체군 유지에 중요한 진화적 적응 전략이다.
3. 인공소음이 산란 행동에 미치는 영향 기전
3.1 청각 마스킹(Acoustic Masking)
선박 엔진과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50–500 Hz)은
어류의 산란기 발성 대역과 중첩되어 짝짓기 신호를 가린다.
이로 인해 수컷의 호출음(call sound)이 암컷에게 전달되지 않아
짝짓기 성공률이 30~70%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3.2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
소음 노출은 어류의 HPI 축(Hypothalamus–Pituitary–Interrenal axis) 을 자극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에스트라디올) 분비가 억제되고,
난소·정소 발달이 지연되며, 결과적으로 산란 시기가 늦어진다.
3.3 행동적 교란
지속적인 소음은 어류의 산란장 회피(avoidance of spawning ground) 를 유발한다.
또한 일부 종에서는 알을 낳은 후 부화 전까지의 보호 행동 감소가 나타난다.
이는 부모가 포식자의 접근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행동 둔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4. 연구 사례
4.1 대서양 코퍼피시(Copperfish) 실험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의 실험에서,
선박소음을 1시간 간격으로 재생한 수조에서는
산란 빈도가 통제군 대비 43% 감소했으며,
산란된 알의 부화율 또한 약 30% 낮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스트레스가 아닌 생리적 번식 억제 효과임을 보여준다.
4.2 해상풍력 공사 구역의 어류 조사
덴마크 해상풍력단지 건설 기간 동안 실시된 수중음향 모니터링 결과,
공사음(150–190 dB)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해역 내 어류의 산란 활동이 70% 이상 감소하였다.
공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산란 활동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되었다.
4.3 내만(內灣) 어류의 회피 행동
일본 세토 내해 연구에서는, 연안 어류가 저주파 엔진소음이 지속되는 구역을 피하고
보다 조용한 수심이 얕은 해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산란장 이동(spawning displacement) 은 알과 유생의 생존률을 저하시켰다.
5. 생태학적 파급효과
5.1 개체군 수준 영향
산란 시기 지연과 번식 성공률 감소는 개체군의 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영향은 특히 수명 주기가 짧은 어류 종에서 빠르게 누적되어
지역적 개체군 붕괴(regional population collapse)를 유발할 수 있다.
5.2 생태계 기능 변화
어류의 번식 실패는 단순히 개체수 감소에 그치지 않고,
해양 먹이망(food web)의 구조와 에너지 흐름을 왜곡한다.
포식자 종의 먹이 부족, 산호초 내 유생 감소, 플랑크톤-어류 상호작용 변화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생태계 복원력(resilience) 을 약화시킨다.
6. 결론
해양소음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 소리’가 아니라,
어류의 생식 생리와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가시적 오염원(acoustic pollutant) 이다.
산란 행동의 교란은 개체군 감소로,
그리고 이는 해양 생태계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어류의 번식기에 해당하는 해역에서는
- 선박 통항 제한,
- 저소음 추진 기술 적용,
- 해양공사 시기 조정,
- 음향 완충지대(sound buffer zone) 설정이 필수적이다.
조용한 바다는 단순한 평화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어류가 다시 노래하고, 생명이 순환하는 생태적 회복의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