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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바다가 건강한 바다인가 저주파 소음 감소와 해양 생태 복원의 상관성 분석

formsea 2025. 11. 6. 17:48

1. 서론

‘조용한 바다’는 오랫동안 깨끗하고 평화로운 해양 환경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해양 음향생태학(acoustic ecology) 연구에서는 “모든 침묵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즉, 단순히 소음이 적다고 해서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들의 움직임, 먹이활동, 의사소통에서 비롯되는 자연적 소리(natural biophony) 가 유지될 때 비로소 생태적 균형을 이룬다.
따라서 인공소음 감소와 함께 생태적 소리의 회복(soundscape restoration) 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해양 복원이 가능하다.


2. 해양 사운드스케이프의 양면성

해양은 본질적으로 소리가 풍부한 환경이다.
파도, 조류, 새우의 클릭음, 어류의 진동, 고래의 노래 등은 생태계의 ‘청각적 지문(acoustic fingerprint)’을 형성한다.
이러한 사운드스케이프는 생물 간의 의사소통, 서식지 탐색, 짝짓기 행동, 군집 형성에 관여한다.
반대로 선박·해양개발·군사훈련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적 저주파 소음(anthropogenic low-frequency noise) 은 이 음향 신호를 교란시켜 생태적 혼란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인공소음을 줄이면 해양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회복될까?
답은 “부분적으로만 그렇다.”
인공소음의 감소는 해양 생물의 스트레스 완화, 통신 거리 회복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자연적 소리의 결핍(natural sound deprivation) 은 또 다른 생태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3. ‘조용한 바다’의 역설 ― 소리의 부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3.1 생물음의 감소는 생태적 침묵을 의미한다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은 소리의 양이 아니라 소리의 다양성(diversity of sound) 에 달려 있다.
산호초, 해초밭, 연안 어초와 같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일수록 다양한 주파수 대역의 생물음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획 남획, 산호 백화, 생태계 붕괴로 생물량이 감소하면 해양은 ‘조용해진다’.
이 침묵은 곧 생태계 기능의 상실을 의미하며, 단순히 “소음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회복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3.2 청각 신호 결핍의 생태학적 영향

산호 유생, 어류 치어, 갑각류 유생 등은 서식지 선택 과정에서 청각적 단서를 활용한다.
그러나 주변 해역의 생물활동이 줄어 사운드스케이프가 단조로워지면, 유생들은 방향성을 잃고 서식지 정착률이 낮아진다.
이는 “음향 정보의 붕괴(acoustic information collapse)” 로, 생태계 복원의 중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4. 저주파 소음 감소와 생태 복원의 관계

4.1 긍정적 효과

인공 저주파 소음이 감소하면 고래나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의사소통이 회복되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는 등 생리적 안정이 나타난다.
또한 물고기들의 먹이탐색 행동, 번식 소리(chorus sound)도 정상화되어 군집 회복을 촉진한다.
이러한 변화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해상 교통이 급감하면서 실제 관찰된 바 있다.
당시 전 세계 여러 해역에서 “해양 소음 감소 효과(Anthropause Effect)” 가 보고되었고, 돌고래의 출현 빈도와 고래 노래의 강도가 동시에 증가했다.

4.2 한계와 보완 조건

그러나 인공소음이 줄어들더라도, 이미 붕괴된 생물군집에서는 자연적 소리를 내는 개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조용한 바다”는 단지 생명 활동이 사라진 공간일 수 있다.
따라서 해양 생태 복원은 단순히 소음을 줄이는 것을 넘어, 생물 군집을 복원하여 소리의 다양성 회복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때 음향 재현 기술(예: coral reef sound playback)이나 인공 어초 내 생물군집 유도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제시된다.


5. 사운드스케이프 복원을 통한 해양 건강성 회복

해양 생태 복원의 새로운 방향은 “시각 중심의 복원에서 청각 중심의 복원으로의 전환”이다.
사운드스케이프를 복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 활동의 신호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건강한 해양은 소리의 조화, 즉 다양한 생물종이 각자의 음향 주파수로 ‘노래하는 상태’에서 완성된다.

이에 따라 최근 해양보전 분야에서는

  • 사운드 모니터링을 생태지표로 활용,
  • AI 기반 음향 데이터 분석을 통한 생물 다양성 평가,
  • 소리 재생을 이용한 생태 복원(audio enrichment restoration)
    소리 중심의 복원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6. 결론

해양이 “조용하다”는 것은 반드시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다.
진정한 해양 복원은 인공 소음을 줄이는 동시에,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를 되살리는 데 있다.
소리는 단순한 감각 정보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생명력과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한 바다는 ‘침묵의 바다’가 아니라, 균형 잡힌 소리의 바다,
즉 인공적 소음이 줄고 생명적 소리가 풍부하게 공존하는 바다다.
그것이야말로 현대 해양 복원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