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지각 운동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ULF, Ultra-Low Frequency) 지진음은 기존의 해양 소음원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일반적인 선박·기상·생물음이 수백 Hz~수십 kHz 범위에 분포하는 것과 달리, ULF 신호는 0.01~10 Hz의 극저주파 대역에서 발생하며 공간적 도달 범위가 대단히 넓다. 이로 인해 특정 지역의 지진 활동이 인접한 생태계를 넘어 광역 해역의 생물 행동 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본 글은 ULF 해저 지진음이 해양 생물의 장기적 행동 리듬에 어떤 변화를 유발하는지, 그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장기 음향 데이터 기반 분석 모델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1. ULF 해저 지진음의 물리적 특성과 생물감지 가능성
ULF 주파수대는 물리적으로 감쇠가 적어 수천 km 범위까지 전달되며, 특정 지진 발생 시 해수·지각 경계면에서 공진적 증폭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해양 생물은 이 대역의 음을 직접 ‘청각적으로 인지’하기보다는, 수압 변동, 저주파 진동, 체내 평형기관 자극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지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종들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된다.
- 대형 해양 포유류(고래류): 저주파 민감도 높음
- 심해 어류: 수압·진동 변화에 행동 패턴 민감
- 저서 무척추동물: 지각 진동 신호에 회피·정지 행동 가능성
따라서 ULF 신호는 소음공해 차원의 단기 교란과 다르게, 장기적 생리·행동 리듬 변조 가능성을 내포한다.
2. 지진음 발생 패턴과 해양 생물 행동 리듬의 상관성
2-1. 회유 경로의 미세 편향
장기간 음향기록 분석에서는 지진 활동이 잦은 해역에서 대형 해양 포유류의 회유 경로가 수 km 단위로 편향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이는 강력한 지진 이벤트 직후에만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지진전조 미세 진동의 누적 자극이 지속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2-2. 먹이 활동의 일주기 리듬 변화
ULF 에너지가 높은 시점에서 심해 어류의 일주기적 부상·하강(DVM, Daily Vertical Migration) 패턴이 평균 5~15% 정도 비동기화되는 사례가 보고된다. 이는 광환경·포식자 회피 신호보다 저주파 진동에 더 민감한 종에서 두드러진다.
2-3. 산란·번식 행동 리듬의 장기 변조
지각 진동은 서식지 안정성 판단에 직결되기 때문에, 일부 어류·무척추동물에서 산란 리듬의 지연 혹은 조기화가 나타난다. 특히 지진이 잦은 활단층 인근 해역은 장기적 번식 리듬 교란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3. ULF 지진음의 장기적 영향 분석의 난점
ULF 지진음의 생태학적 영향 평가가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지진 활동의 비주기성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이므로 실험 설계가 제한적이다. - 다중 스트레스 요인의 동시 존재
미세 기압 변화, 심해 조류 흐름, 지각 미세 변위 등과 ULF 진동을 구분해야 한다. - 생물 데이터의 장기 축적 필요
수년 단위 음향·행동 자료가 없으면 인과성 판단이 불가능하다. - ULF 신호의 해석 난이도
일반 센서·하이드로폰은 이 대역의 노이즈를 ‘환경 잡음’으로 처리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연구에서는 ULF 특화 저주파 센서 + AI 기반 이상치 검출 모델의 결합이 주요 기술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4. 장기 영향 검증을 위한 데이터 기반 접근 전략
4-1. 장주기 음향 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축
ULF 전용 저잡음 하이드로폰을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여 지진 활동과 생물음 변동을 동시에 기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활단층 인근 해역, 해구(Trench), 수심 3000m 이상 심해대가 우선 대상이다.
4-2. 행동 리듬 모델의 다중 파라미터 통합
모델 입력값에는 다음 신호의 상관적 연계가 반영되어야 한다.
- 지진 발생 시각·규모
- ULF 진동 에너지의 시간적 누적량
- DVM 패턴 변화
- 종별 회유 경로 편차
- 번식·산란 시기 데이터
단일 이벤트 중심 분석은 의미가 없으며, 장기 누적 데이터의 시계열 인과성 검증이 연구 핵심이다.
4-3. AI 기반 원인-결과 구분(Causal Inference) 적용
단순 상관관계 분석을 넘어
- Granger 인과성
- 시계열 딥러닝 기반 causal embedding
- Bayesian structure learning
등을 결합해 “ULF → 행동 리듬 변화”의 인과 고리를 구조적으로 모델링해야 한다.
5. 생태계 차원의 잠재적 영향과 관리 시사점
ULF 지진음은 단기적 교란만큼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 누적 자극으로 인한 생태계 수준 변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 회유 종의 경로 변화는 상위 포식자–피식자 네트워크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
- 산란·번식 시기 변화는 개체군 재생산율에 영향을 주며, 지역적 개체수 변동을 유발할 수 있다.
- 심해대 생물의 DVM 비동기화는 탄소 펌프(CPM)와 같은 생지구화학적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는 기초 연구 단계이지만, ULF 지진음 기반의 사전 경보 모델과 장기 생태 리듬 변동 예측 AI가 향후 해양 관리 정책의 주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
초저주파 해저 지진음은 그 특성상 광역적이고 지속적인 생태적 영향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생물들이 직접적으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저주파 진동에 따른 생리적·행동적 리듬의 장기 변조가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를 정량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장기 음향 데이터 구축, ULF 특화 센서 개발, 그리고 인과 분석 중심의 AI 모델링이 필수적이다. 본 주제는 해양 지진학과 음향 생태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 축으로서, 향후 생태계 변화 예측 모델의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