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스케이프 기반 해양 소음의 시각화와 관리
1. 서론
세계 해양의 음향 환경은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항만(port) 은 선박, 화물 하역기계, 추진 시스템, 항만공사 등 다양한 소음원이 집중된 지역으로,
인근 해역의 배경소음(baseline noise level) 을 구조적으로 상승시킨다.
이러한 항만 기원 소음(port-origin noise)은
고래류·어류의 서식지 교란, 이동 경로 변경, 산란지 이탈 등
복합적인 생태학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여러 해양국가에서는 음향오염 지도(Acoustic Pollution Map) 를 구축하여
공간적으로 소음의 강도·분포·원인별 기여도를 시각화하고,
정책적 의사결정의 근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본 글은 실제 구축 사례를 중심으로, 항만 인근 해역의 음향지도 제작 절차와
그 생태학적·정책적 의미를 분석한다.
2. 항만 소음의 특성과 문제의식
2.1 주요 소음원
- 상선 및 컨테이너선: 프로펠러 공동현상, 엔진·펌프 진동 (50–500 Hz)
- 예인선 및 도선선: 반복적인 출입항 소음
- 하역장비: 크레인, 냉각팬 등에서 발생하는 연속 소음
- 항만공사: 파일박기(pile-driving)와 준설(dredging) 작업으로 인한 고강도 충격음
2.2 생태적 영향
- 어류의 산란기 행동 교란, 먹이탐색 능력 저하
- 해양포유류(특히 돌고래)의 음향탐지능 감소
- 플랑크톤 및 유생 단계 생물의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 유발
- 장기적으로는 “음향 회피 구역(acoustic exclusion zone)” 형성
3. 음향지도(Acoustic Map) 구축 방법
3.1 측정 장비 및 배치
- 장비: 수중 하이드로폰(Hydrophone, 48 kHz 샘플링), GPS 동기화 기록
- 측정지점: 항만 중심으로 반경 20 km 이내, 1 km 간격의 60개 지점
- 측정기간: 6개월 (계절별 변동성 반영)
3.2 데이터 처리 절차
- 음향 데이터 수집 → 실시간 기록 및 저장
- 신호 분리 및 주파수 분석(FFT) → 소음 대역(63, 125, 500 Hz) 별 SPL 계산
- 지리정보시스템(GIS) 통합 → 각 지점의 음압값을 공간 좌표로 매핑
- 보간(Interpolation) 기법 적용 → 크리깅(Kriging) 및 IDW(Inverse Distance Weighting) 활용
- 색상 시각화(Color Mapping) → SPL 강도에 따라 등음선 및 등색도 구분
3.3 지표화 (Standardization)
국제표준 ISO 17208-1 과 IMO Underwater Noise Guideline (2023) 을 기반으로
63 Hz, 125 Hz, 500 Hz의 1/3 옥타브 밴드를 주요 평가 대역으로 설정.
평균 SPL이 120 dB re 1 μPa 이상이면 “고위험구역(High Risk Zone)” 으로 분류.
4. 사례 분석
4.1 부산항 인근 해역 (KIOST, 2023)
- 항만 중심부(북항–신항)는 평균 SPL 132 dB 로 측정되어
IMO 권장기준(110 dB)을 20 dB 이상 초과. - 선박 통항량이 적은 외항 지역은 110 dB 이하로 낮은 값을 보임.
- 주파수 분석 결과, 63 Hz 대역이 전체 에너지의 약 48% 를 차지.
- 어류 음향활동(400–800 Hz)은 항만 반경 5 km 내에서 70% 이상 감소.
4.2 로테르담항(네덜란드, 2022)
- 전 세계 최초의 3D 해양 음향지도(3D Acoustic Mapping) 적용 사례.
- 수심별 소음 강도 변화를 시각화하여,
표층보다 중층(50–150 m)에서 소음 에너지가 최대 10 dB 높게 나타남. - 항만 개선 후(하이브리드 추진선 확대) 평균 소음 강도 8% 감소.
4.3 시드니항(호주, 2021)
- AI 기반 실시간 음향지도 시스템 구축.
- 실시간 선박 추적과 연동하여 소음 기여도를 선박별로 계산.
- 생물 활동이 많은 해역을 자동 감지해 ‘음향 완화 구역(Acoustic Mitigation Zone)’ 으로 지정.
5. 결과 및 해석
- 항만 중심부의 소음은 주로 저주파(63–125 Hz) 에 집중되어
장거리 전파 특성이 강함. - 인공소음 증가 지역에서는 생물음(biophony) 지수가 현저히 낮아졌으며,
생태계의 음향적 다양성(ADI)이 평균 40% 감소. - GIS 기반 음향지도는 소음의 공간적 불균형(Hotspot)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관리·규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유용함.
6. 정책적·기술적 시사점
6.1 정책 측면
- 항만 환경관리계획(Eco-Port Program) 에 음향기준 포함 필요
- IMO 저소음 선박 인증(Silent-E Class) 확대 유도
- 소음세(noise tax) 제도 도입 검토: 소음 배출량에 따른 항만 이용료 차등화
6.2 기술적 측면
- 저소음 추진 기술(하이브리드 전기선박, 공동현상 억제 프로펠러) 상용화
- AI 기반 실시간 음향지도 갱신 시스템 개발
- 사운드스케이프 데이터를 이용한 해양생태경보 시스템(Eco-Acoustic Early Warning) 구축
7. 결론
항만 인근 해역의 음향오염 지도는 단순한 데이터 시각화가 아니라,
해양의 ‘소리를 관리하는 도구’ 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소음의 공간적 분포를 정량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생태계 보호와 산업활동 간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음향지도 구축은
해양환경평가(EIA)의 핵심 항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보이지 않는 오염을 보이게 하는 과학적 언어”로서
해양생태계 보전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