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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톤과 소리 미세생물이 만드는 해양의 보이지 않는 사운드스케이프

formsea 2025. 11. 8. 02:59

1. 서론

해양의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단순히 고래나 어류의 울음소리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해수 중의 미세한 생명체, 즉 플랑크톤(plankton) 역시 음향환경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인간의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지만,
이 미세한 진동이 해양의 에너지 흐름과 생태계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플랑크톤의 생리활동에서 비롯된 마이크로 음향(micro-acoustic emissions)
해양의 청각적 배경을 형성하며, 생물상호작용·영양염 순환·기후 변화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의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2. 플랑크톤의 음향 발생 원리

2.1 물리적·생리적 기전

플랑크톤이 발생시키는 소리는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에 의해 생성된다.

  1. 기계적 운동(Mechanical motion):
    • 편모(flagella)나 섬모(cilia)를 이용한 운동 시 해수 내에서 진동이 발생.
    • 이때 생기는 미세한 유동압력 차가 수중 음향파로 변환된다.
  2. 기포 방출(Gas bubble release):
    • 광합성 과정 중 산소가 세포 내에서 과포화될 경우 미세기포가 방출되며,
      이때 10–100 kHz 대역의 초음파 수준의 짧은 펄스가 발생한다.

2.2 생물학적 변동 요인

플랑크톤의 발성 강도와 패턴은

  • 종(species)
  • 수온, 염분, pH 등 환경조건
  • 일주기적 활동주기 (낮–밤)
    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규조류(diatoms)는 일몰 직후 기포 방출이 활발해지고,
    남세균(cyanobacteria)은 낮 시간대에 음향 방출량이 3배 이상 높게 관찰된다.

3. 관측 기술과 분석 방법

3.1 수중 음향 측정

현대 해양학에서는 고해상도 하이드로폰(hydrophone array)
레이저 도플러 음향 센서(LDAS) 를 결합하여 플랑크톤 집단의 음향 신호를 탐지한다.
특히 20–200 kHz의 초음파 대역에서 검출되는 미세 신호는
플랑크톤의 군집 밀도와 생물량을 정량화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3.2 음향 후방산란 기법(Acoustic Backscatter)

  • 플랑크톤의 크기와 밀도에 따라 반사된 음향의 세기가 달라진다.
  • 이를 통해 생물량(biomass)군집 구조(distribution) 를 3차원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최근에는 머신러닝 기반 분석이 적용되어, 종별 음향 서명(acoustic signature)을 자동 분류할 수 있다.

3.3 위성 및 원격 음향관측

플랑크톤의 음향 방출과 광학 신호(염색체형광, 엽록소 농도 등)를 결합하여
위성 데이터에서 사운드스케이프–1차 생산성 간의 상관관계 를 도출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4. 해양 음향환경에서의 역할

4.1 사운드스케이프의 미세 조율자

플랑크톤 집단이 방출하는 음향은 해양의 기본 배경소음(ambient noise)을 구성하며,
다른 생물들의 의사소통 신호에 간접적 필터링 효과 를 미친다.
즉, 대규모 플랑크톤 군집이 존재할 경우, 그들의 미세한 음향이
저주파 신호의 감쇠나 산란을 유발해, 해양의 ‘청각적 투명도’를 변화시킨다.

4.2 기후변화 감시의 생물음 지표

플랑크톤은 온도·영양염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생물군이다.
따라서 특정 해역의 음향 스펙트럼 변화는 1차 생산성(primary productivity) 의 변화나
수온 변동 을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실제로 북대서양 해역의 장기 관측(2010–2023) 결과,
수온 상승기에는 60–90 kHz 대역의 플랑크톤 음향 강도가 평균 15% 감소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4.3 에너지 흐름의 매개자

플랑크톤의 음향활동은 해양의 에너지 순환에 물리적 영향을 미친다.
기포 방출은 미세 난류를 유도하여 산소·이산화탄소 확산계수(diffusion coefficient) 를 증가시키며,
결과적으로 미세한 ‘음향적 혼합(acoustic mixing)’ 현상을 통해
해양 기체 교환과 생태계 대사를 촉진한다.


5. 생태학적 의미

  1. 생태계 청각기반 연결성(Acoustic connectivity):
    플랑크톤의 미세음은 해양 전체의 사운드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상위 생물(어류, 해양포유류)의 행동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 비침습적 모니터링 수단:
    플랑크톤 음향은 물리적 채집 없이 생물량·활동성을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 모니터링 방법이다.
  3. 기후지표로서의 잠재성:
    장기 음향기록은 기후변화로 인한 1차 생산성 변동을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청각적 기후지표(acoustic climate indicator)’ 로 활용 가능하다.

6. 결론

플랑크톤은 작지만, 해양의 청각적 배경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음향공학자들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소리는 해양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과 상호작용을 반영하며,
기후·영양·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앞으로 해양 생태 연구는
시각 중심의 조사(위성·채집)에서 벗어나, 청각 기반의 생태 탐사로 확장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 —
그것이 미래의 해양학이 해양의 건강을 진단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