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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통행량과 해양소음 수준 변화에 따른 생물종 다양성 비교

formsea 2025. 11. 7. 01:48

인공소음 증가가 해양 생태계 구조에 미치는 영향

1. 서론

해양에서 소리는 생명 활동의 기본적 신호체계다.
고래의 노래, 어류의 산란음, 새우의 클릭음 등은 생물 간 의사소통과 공간 인식, 군집 형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상 물류, 어업, 관광, 에너지 개발 등으로 인해 선박 통행량(ship traffic density) 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해양의 음향환경(acoustic environment)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선박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10–1000 Hz) 은 해양 포유류와 어류의 주요 청각 대역과 중첩되어
의사소통 교란, 회피 행동, 청각 피로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이 글은 선박 통행량 변화가 해양소음 수준 및 생물종 다양성에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해
최근의 실증적 연구를 중심으로 고찰한다.


2. 연구 배경 및 필요성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전 세계 선박 운항량은 약 30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와 더불어 해양 소음 강도는 0.5–1 dB/년의 비율로 상승해왔으며,
이는 생물들이 인식하는 배경소음 수준이 약 10배 이상 커졌음을 의미한다.

해양 생물종 다양성은 이러한 음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리의 증가는 단순히 청각 교란뿐 아니라 서식지 질의 변화(habitat quality degradation) 를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는 개체군 이동과 군집 구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선박 소음과 생물 다양성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해양 보전과 지속 가능한 해상운송을 위한 핵심 과제다.


3. 선박소음 발생 메커니즘

선박에서 발생하는 주요 소음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프로펠러 공동현상(Cavitation):
    프로펠러 블레이드 주변의 압력 강하로 기포가 형성·붕괴되며
    폭발음에 가까운 강한 저주파 소음을 발생시킨다(100–1000 Hz).
  2. 엔진 및 기계 진동(Mechanical noise):
    선체 내부의 동력장치와 보조 기기의 진동이 선체를 통해 전달되며
    지속적인 중저주파 소음을 만든다(50–300 Hz).
  3. 선체-해수 마찰음(Hydrodynamic noise):
    고속 주행 시 해류와 선체 표면의 마찰로 발생하는 난류음(turbulent noise)이다.

이러한 소음들은 수심, 수온, 염분, 음속 분포 등에 따라 장거리로 전파되며,
특히 대륙붕이나 반폐쇄 해역에서는 반향효과로 인해 소음이 증폭된다.


4. 실증 연구 사례

4.1 북태평양(North Pacific) — 선박 소음과 돌고래 군집

미국 NOAA의 장기 모니터링(2015–2023)에 따르면,
선박 통행량이 1.5배 증가한 시기(2017–2022년)에
북태평양 일대의 저주파 배경소음은 평균 +7 dB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병코돌고래(Tursiops truncatus)의 출현 빈도는 약 28% 감소,
무리 크기(average pod size)는 약 15%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4.2 동중국해 — 어류 산란 행동 변화

한국과 일본 공동 연구(2022)에서는
선박 밀집 구역과 저밀 구역을 비교한 결과,
산란기 어류의 발성 빈도는 저밀 구역보다 약 40% 낮았고,
산란장 정착률 또한 35% 감소하였다.
이는 저주파 소음이 어류의 짝짓기 신호를 마스킹하여
산란 행동 자체를 지연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4.3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자연 실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선박 운항이 급감한 시기,
세계 여러 해역에서 해양소음이 평균 4–6 dB 감소했으며
동시에 해양 포유류의 발성 빈도와 사회적 상호작용이 회복된 현상이 보고되었다.
이는 선박 통행이 생물종 다양성의 실질적 변동 요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5. 생물종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5.1 개체군 수준 영향

  • 소음 노출로 인해 생리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코르티솔 분비 상승, 심박수 증가, 섭식 감소가 보고된다.
  •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은 번식률 저하로 이어지며,
    개체군의 장기적 감소를 유도한다.

5.2 군집 수준 영향

  • 특정 종이 소음 회피 행동을 보이면서
    군집 구성(species composition)이 변형되고,
    조용한 서식지로 이동한 개체들이 밀집되어 새로운 경쟁이 발생한다.
  • 이로 인해 생태적 지위(niche)가 변하고,
    포식자-피식자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5.3 생태계 수준 영향

  • 장기적으로는 음향 환경의 동질화(acoustic homogenization) 가 진행되어
    지역 고유의 사운드스케이프가 사라지고,
    생물다양성의 공간적 이질성이 감소한다.
  • 이는 결국 해양 생태계의 복원력(resilience)을 저하시켜
    기후변화나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

6. 결론 및 시사점

선박 통행량 증가는 단순한 물류 지표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음향 질과 생물다양성에 직결된 환경 변수다.
소음 수준이 높아질수록 생물종 다양성은 감소하고,
생태계의 구조적 균형은 점차 붕괴된다.

지속 가능한 해상운송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1. 선박 설계 단계에서 저소음 추진 기술 적용 (예: 공동현상 저감형 프로펠러).
  2. 해양 음향환경 기준 제정 및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3. 생태적 완충구역(Acoustic Buffer Zone) 설정을 통한 보호종 서식지 보호.

결국 “조용한 바다”는 단순히 평화로운 풍경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건강한 해양의 지표다.
선박 소음을 줄이는 일은 경제적 비용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 투자다.